[사설] 해외이전 절규하는 기업에 참으란 말밖에 못 하나

입력 2017-08-11 18:31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섬유업계 간담회’에서 기업인들에게 “공장 폐쇄, 공장 해외이전 등 국내 생산기반을 축소하는 것을 자제해 달라”고 했다. 섬유산업의 구조적인 경쟁력 강화 방안을 정부와 함께 고민해 달라고 했지만, 생존 차원에서 공장 폐쇄와 해외 이전 등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업체들에 얼마나 와 닿았을지 의문이다. 최저임금 인상, 내년 전기료 인상 가능성 등 무엇 하나 희망적인 게 없는 환경에서 산업부 장관은 기업에 참아 달라는 말밖에 못 하는 것인가.

80여 년 역사의 전방이 3개 공장 폐쇄를 선언한 데 이어, 국내 1호 상장기업이자 100년 기업인 경방마저 주력 공장의 베트남 이전을 결정한 상황이다. 일자리 상실이 걱정돼 면방노조위원장까지 반대하던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이 결정타가 됐다는 분석이다. 면방업계는 두 회사의 움직임을 국내 탈출의 본격화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그나마 이들은 출구라도 찾아 나섰지만, 작은 기업은 그대로 앉아서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영세 염색업체들은 해외 이전은커녕 폐업비용이 없어 공장을 아예 방치하는 실정이다. 이러다간 국내 섬유산업이 얼마 안 가 다 무너질 것이란 우려마저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여당 일각에선 되레 기업들이 최저임금 인상을 핑계댄다는 얘기나 늘어놓고 있으니 기가 막힌다. 기업 현실을 무시한 채 최저임금을 올려놓은 당사자들이 살 길을 찾아 나서는 기업을 나무란다는 게 말이 되나. 더구나 산업 주무부처라는 산업부는 대체 무얼 하는 곳인지 모르겠다. 섬유패션산업 재도약 운운하지만, 이 땅에서는 도저히 공장을 운영할 수 없게 만든 열악한 기업환경부터 개선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기업에 국내 공장 폐쇄나 국내 공장 해외이전을 자제해 달라는 산업부 장관의 당부가 ‘산업정책 실종’ 선언으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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